여성 폭식증 환자 급증…남성의 18배
폭식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폭식증이란 말 그대로 지나치게 음식을 많이 먹는 증상인데, 단순히 많이 먹는게 아니라 단시간(2시간 이내) 내에 빠른 속도로 먹는 행위가 일주일에 2번 이상, 3주 이상 반복되는게 보통입니다. 특히 폭식후 구토나 설사유도제 복용, 과도한 운동을 하는 등의 부적절한 보상행위가 뒤따르면 폭식증으로 진단합니다. 그런데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이런 폭식증 환자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지난 2008년 1,802명이던 환자수는 3년새 2,246명으로 늘었습니다. 문제는 여성 환자가 2,127명으로 95%를 차지한다는 점인데요, 여성 환자 가운데서도 20~40대 환자가 83%, 20대 여성은 43.7%에 달하고 있습니다.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잘 나타나는 폭식증...왜 그런 걸까요?
과도한 다이어트, 스트레스 등이 폭식 불러…대부분 우울증 동반
아이러니컬하게도 폭식증으로 병원을 찾는 여성은 젊고 날씬한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기자가 만난 환자도 직장에서 일을 하는 주중에는 식욕을 억제하다가도 주말이면 식욕이 폭발해 라면 두 개를 삶아 밥을 말아먹은 뒤, 12개 들이 초코파이 1상자를 다 먹어치울 정도로 폭식 증세를 보였습니다. 집에 있는 군것질거리를 다 먹어치울 정도로 주말에는 식욕을 참지 못하는 겁니다.
다 먹은 뒤에는 '내가 왜 이렇게 많이 먹었지?'하는 자책감을 느끼며 과도하게 운동을 합니다. 그나마 주중에 폭식을 하지 않는게 다행인 폭식증 초기 환자입니다. 이 여성 직장인은 몸매에 대한 집착이 남달랐습니다. 배가 조금만 나와도 참지 못하고 외모에 대한 집착도 남보다 더 심했습니다. 게다가 민원인들을 대할 때 발생하는 잠재적 스트레스는 폭식을 더욱 부추기는 또 하나의 요인이었던겁니다.
날씬한 여성들이 갖는 스트레스는 대부분 과도한 다이어트에서 발생합니다. 또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에 신경을 쓰다보니 내 자아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폭식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폭식-구토-폭식'을 반복하다 보니 식도가 파열되거나 역류성 식도염 등 소화기 장애를 앓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입원 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혼자 있으면 식욕 억제가 안되기 때문입니다. 음식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다는 것에 대해서 자기를 비하하기도 하고, 구토를 하고 나서는 죄책감 때문에 우울증을 동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치료는 어떻게 할까요?
항우울제, 식욕억제 침, 상담 병행…최근에는 명상법 치료도 각광
폭식증 환자는 크게 항우울제 등을 사용하는 약물치료, 식욕을 억제해주는 침치료, 정신과 상담 치료 등을 통해 완치될 수 있습니다. 우선 폭식증은 포만감과 관련이 있는 '세로토닌'과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엔돌핀' 같은 신경전달 물질에 이상이 생겨 나타나기도 한다는 학계의 보고가 있어 이를 막아주는 항우울제 등의 약물을 투여하게 됩니다.
또 다이어트-폭식-구토와 같은 행동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도록 인지행동 치료를 하게 되는데, 인지행동 치료란 자기의 자화상과 외모에 대한 왜곡된 생각들을 교정시켜주는 것을 말합니다. 최근에는 명상법도 폭식증 치료에 이용되고 있는데요, 명상은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마음을 비우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명상을 통해 나를 알게 되고, 또 무언가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상황을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는 겁니다.
폭식증은 '살찌는 병'이 아닌 '마음의 병'입니다. 많은 현대인들은 일과 직장 등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숨가쁘게 살아갑니다. 성과를 내고 목표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마음을 비우고 산을 오르거나 한 템포 느리게 걸어가는 것도 '폭식증'을 비롯한 현대병을 이길 수 있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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