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병이 문제랍니다. '북한이 한국을 못 쳐들어오는 이유가 중2(중학교 2학년) 무서워서' 라는 우스갯소리가 더 이상 우습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다들 심각합니다. 서울시교육청에선 중2병을 없애겠다며 모든 중학교 2학년이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마라톤 대회를 열겠다고도 했죠. 중2 한 반을 교사 한 명이 담당하기엔 역부족이라며 복수담임제를 도입하기도 했었고요.

도대체 중2병이 얼마나 무섭길래 다들 이렇게 호들갑일까요.

그래서 중2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강남 중학생과 강북 중학생, 집에서 통학하는 일반중 재학생과 기숙사 생활을 하는 국제중 재학생, 한국 학생과 외국인 학교 학생, 모범생과 열등생, 일진과 '찌질이' 이렇게 다양한 중2를 전부 만났습니다. 또 이미 중2를 겪은 고등학교 선배들, 그리고 중2를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는 엄마와 선생님까지 100명 가까이 만나 중2를 집중 분석했습니다.

'중2' 3부작을 통해 우리 사회가 중2를 오해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

또 중2가 진짜 하고 싶은 얘기는 무엇인지 하나하나 풀어보려고 합니다.

"난 괴물이 아니에요"

중2가 말하는 엄마, 선생님 그리고 나

중2를 만났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쉽게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튀면 죽는다"며 아무 말도 하고 싶어 하지 않더군요. 자신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위선적인 어른들에 대한 불신도 컸고요. 마음 속에 담아둔 말은 많지만 결코 세상에 나를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취재 내용을 모두 모아 한 편의 일인칭 단편소설처럼 재구성했습니다. 등장하는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

하지만 여기 언급된 내용은 모두 우리가 만난 아이들 입에서 직접 나온 생생한 경험담과 속내입니다. 일종의 신문판 팩션(fact+fiction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소설 장르)을 시도한 셈입니다.

다음 주인 15일에는 엄마, 그리고 중2를 이미 겪은 고등학생 선배 입장에서 각각 바라본 중2에 대해 똑같은 형식으로 풀어냅니다.

엄마가 뭘 알아

내가 볼 땐 엄마가 중2병이야

 

쾅! 또 문을 세게 닫고 내 방에 들어왔다. 엄마는 정말, 정말… 정말 짜증난다. 말이 어쩜 그렇게 안 통하는지. 입만 열면 그저 공부, 공부, 공부. 공부 소리 빼고는 대화가 안 되나. 미연이가 오늘 새로 파마를 하고 학교에 왔다. 우와, 진짜 예뻤다. 엄마한테 말했다. "엄마, 미연이 파마했는데 진짜 예뻐." 엄마가 말했다. "걘 공부랑 담 쌓았다니, 어린애가 웬 파마야." 난 있는 그대로 예쁜 걸 예쁘다고 말했을 뿐인데. 늘 이런 식이다. 그냥 "그렇게 예뻐보였니" 이렇게 한마디 해주면 어디가 덧나나. 만날 이렇게 내 친구들을 품평한다. 대개 "걘 공부도 안 하고 왜 그렇게 산다니"로 끝나는 비판이다. 엄마가 이렇게 내 친구를 전부 별 볼일 없는 애 취급을 할 때마다 정말 화가 난다. 우린 그렇게 한심하지 않다고요. 마음속으로 소리친다. 엄마는 듣지 못하겠지만. 이러니 내가 엄마랑 무슨 얘기를 할 수 있나.

 어른들은 말한다. 중2가 되더니 애가 도통 말을 안 한다고. 왜 엄마·아빠랑 대화를 안 하느냐면서 중2병이라나. 참나,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다. 나야말로 정말 대화하고 싶다. 불쑥불쑥 화가 치밀어 오르고 가슴이 답답한데 나 스스로도 내가 왜 이러는지 정말 모르겠다. 이럴 때 누군가 먼저 말을 걸어주면 좋겠다. "닥치고 공부"라거나 뭐든지 "안 돼"라는 잔소리나 간섭이 아니라 진짜 말, 다시 말해 관심 말이다. 내가 뭘 고민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이런 것들 말이다. 그런데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다. 궁금해하지도 묻지도 않는다. 할 수 없이 용기를 내서 엄마한테 먼저 말을 걸어보기도 했다.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 "쓸데없이 헛된 꿈 꾸지 말고 공부나 해, 더 크면 다 알게 돼." 이런 꽉 막힌 대꾸가 돌아오면 진짜 너무 힘들다.

 엄마가 날 상대 안 해줄 때 정말 화가 난다. 무슨 말만 하면 "너 중2병이야" 이러면서 말하다가 중간에 휙 사라져버린다. 그럼 버림받은 것 같아 우울하다. 세상에 나를 이해하는 사람이 정말 아무도 없구나 싶어 절망한다.

 중2병? 어른들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랑 결부시켜 중2를 죄다 정신병자 취급한다. 정말 기분 나쁘다. 그냥 사춘기 아닌가. 만약 중2병이란 게 진짜 있다면 그건 그저 답답함일 거다. 학교 밖에 나가 놀고 싶은데 갈 데가 없다. 강남역 간다고 하면 위험하다고 못 가게 하고, 놀이공원 간다고 하면 도서관 가서 놀라고 한다. 전에 아빠가 "서울시청 도서관이 얼마나 좋으냐, 책도 많고" 이렇게 말하는데 가슴이 꽉 막히더라.

 그런데 요즘은 이런 얘기도 쉽게 못한다. 신문에서 자꾸 중2병 얘기를 하면서 '이상징후가 보이면 병원 데려가 상담받으라'고 한다. 엄마는 이런 기사를 참고하니까 내가 뭐라고 하기만 하면 병원 가자고 난리다. 난 놀 데도, 말할 데도, 쉴 데도 없다.

 그래서 점점 엄마·아빠랑 얘기 안 하고 친구끼리만 마음을 터놓게 된다. 카톡(카카오톡)에 빠지는 건 다 이런 이유다. 지난번 내 방에서 친구랑 카톡하는데 엄마가 불쑥 들어와 휴대전화를 빼앗아갔다. "지금 이거 할 때냐"고 소리를 버럭 지르더니 "정신상태에 문제가 있다"는 거다. 헐~. 어이가 없다. 내 정신상태가 문제라니. 내가 아무 것도 모르는 줄 아나 본데 천만의 말씀. 내 눈에 어른들의 위선적인 행동, 뻔히 다 보인다. 나보고는 쓸 데 없이 카톡질을 하지 말라면서 엄마는 왜 하루 종일 전화 붙잡고 다른 사람 뒷담화를 하는지. 왜 민정이 엄마한테 할머니랑 고모 흉을 그렇게 보는 건지. 그러니 아빠가 민정이 엄마랑은 어울리지 말라는 거 아닌가. 그런데 엄마는 왜 아빠가 놀지 말라는 친구랑 계속 노는 거야. 그럼 엄마도 중2병인가.

 어른들은 자기들 멋대로 행동하면서 우리보고만 똑바로 하라고 강요한다. 엄마는 나랑 말하다가 화가 나면 중간에 내 말 자르고 문 쾅 닫고 방에 들어간다. 그런데 내가 평소보다 좀 더 소리나게 문을 닫고 들어가면 "어디서 버릇없이!"라며 소리 지른다. 여기서 한마디만 더 대들면 "내 집에서 나가"라고도 한다. 아무리 엄마라도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하는 게 아닌가. 이렇게 어른들은 자기 유리한 대로만 행동한다.

 엄마가 어디 모임에 갔다 오는 게 제일 싫다. 어디서 주워들은 얘기를 죄다 나한테 적용하려고 한다. 누가 토요일에 학원 다닌다고 하면 내 주말이 없어지고, 누가 국가영어능력평가(NEAT) 봤다고 하면 영어 학원이 하나 더 는다. 책 읽기 싫다는데 독서논술 학원 보낸다. 내 의사는 안 물어본다. 알고 보면 별 것도 아닌 평범한 애를 엄친딸로 포장해 사사건건 비교한다. 엄마는 그렇게 잘났나. 이랬다 저랬다 말도 수시로 바꾸면서.

 어른들은 내가 뭐라고 말만 하면 이유 없이 대든다고 하는데 그건 정말 아니다. 대들 때는 다 이유가 있다. 엄마는 내가 기억을 못 하는 줄 아나 본데, 억울하게 혼나거나 한 일이 있으면 절대 안 까먹는다. 짜증은 지금 내지만 그 이전에 많은 일이 있었던 거다. 그런데 어른들은 뭐든지 우리 탓으로만 돌린다.

 은서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은서는 그냥 학원을 하루 쉬고 싶었을 뿐이다. 정말 가기 싫다고, 한번만 쉬게 해 달라고 자기 엄마한테 말했다. 그랬더니 은서 엄마는 은서를 더 들들 볶았다. 너 학원에서 무슨 사고 쳤냐, 엄마한테 숨기는 게 뭐냐고 닦달했다. "너 중2병 유세하냐, 허세 부리지 마라, 학원은 절대 빠지면 안 돼"라고도 했다. 의심과 간섭이 은서를 더 지치게 했던 것 같다. 은서는 학원 간다고 나와 그 길로 가출해 버렸다.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학원 하루 안 가는 게 낫지, 가출하는 게 더 낫나.

 어른들은 병원 가자고 호들갑떨다가 또 어떨 땐 중2랍시고 허세부리지 말라고 비아냥댄다. 허세를 부리고 이상한 말과 행동을 하는 건 나한테 관심을 가져달라는 신호다. 그런데 어른들은 중2병 도졌다면서 병원 끌고 가고 약 먹인다. 상담소 같은 데에 다녀온 애들이 전보다 훨씬 더 악화되는 거 많이 본다. 이해해주기는커녕 잔소리만 듣고 오니까.

 아, 이렇게 문 쾅 닫고 방에 혼자 앉아 있으니까 또 금방 슬퍼진다. 엄마가 불쌍하다. 사실 엄마가 뭔 죄가 있나. 엄마와의 관계는 완전 롤러코스터다. 엄마를 보면 딱 짜증이 난다. 그러다가도 마음속 깊은 데서는 한없이 의지한다. 그런데 너무 부딪치니까 부담스럽다.

실력도 열정도 없이 차별만 하는 선생님, 그래서 우리가 반항하는 거예요

솔직히 엄마만 문제가 아니다. 어른들이 다 싫다. 특히 우리 담탱이(담임 선생님)! 왜 나만 걸고 넘어지는지. 나한테 관심 하나도 없으면서 온갖 귀찮은 일은 다 시킨다. 공부 잘하는 재연이나 좀 시켜보라지. 딱 보기에도 엄청 노는 현수도 절대 안 건드린다. 노는 애들이랑 부딪치기 싫으니깐 나같이 존재감 떨어지는 애들만 귀찮게 한다. 짜증난다. 칫, 나라고 당하고만 있으라는 법은 없지. 그래서 조회·종례 때 담임 들어오면 일부러 위아래로 기분 나쁘게 훑어본다. 담임이 말 시작하면 그때부터 뒤 돌아서 친구랑 떠들면서 씹는다(무시한다). 내가 얼마나 착한지는 친구들이 다 안다. 그런 내가 이렇게 행동하는 건 다 담임 탓이다.

 초등학교 때만 해도 선생님 말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매 순간 '왜'라는 생각이 든다. 이건 아닌데, 라는 물음표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러다 보니 선생님에 대해서도 평가를 하게 된다. 우리도 알 건 다 안다. 수업 준비 잘 해오는 선생님과 그냥 교과서만 죽죽 읽어주다 나가는 선생님. 수업 준비 열심히 해서 열정적으로 가르치고 친근하게 대해주는 선생님이 수업에 들어오면 애들 자세가 달라진다. 다들 수업에 집중하고 선생님과 친해지고 싶어한다. 그런데 시간만 때우자는 식으로 준비해 오는 선생님은 우리 눈에도 딱 티가 난다. 그럼 집중 안 하고 딴 짓을 한다. 뭘 시켜도 말 안 듣는다. 열정도 실력도 없는 선생님을 보면 대화가 안 통한다는 느낌부터 받으니까. 학생들 사이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선생님한테 더 반항한다. 어른들은 어리다고 우리를 무시하지만 우리는 나름 합리적이고 그럴듯한 판단을 한다. 우리가 행동은 좀 이상하게 해도 아마 하는 말은 틀린 게 별로 없을 거다.

 그래서 큰 잘못도 아닌데 과잉반응하는 선생님을 다들 싫어한다. 선생님 스스로 어른으로서 올바른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우리한테만 착하고 도덕적인 모습을 강요하는 선생님도 싫다. 혼날 짓 하면 내가 먼저 잘못한 거 다 안다. 그런데 우리 담임처럼 하나하나 따지면서 "이게 어떻고 저게 또 어떻고"라면서 훈계하면 진짜 짜증난다. 그냥 "널 믿지만 이런 행동은 좀 걱정된다"고만 해도 되지 않나.

 그래서 난 수학 선생님이 좋다. 사실 중간고사 성적표를 받고는 머리가 하얘졌다. 그냥 죽어야겠네란 생각만 들어 하염없이 눈물만 나왔다. 선생님 앞에서 30분 넘게 울었는데 아무 말씀 안 하시고 그냥 어깨만 토닥이셨다. 정말 고마웠다. 그리고 결심했다. 나, 이 선생님이랑 평생 갈 거라고.

 뭐, 선생님만 그런 게 아니다. 양심적인 어른과 가식적인 어른이 눈에 다 보인다. 어른들이 우리를 모범생과 문제아, 아니 중2병 환자와 그렇지 않은 애로 나누듯이 우리도 어른들을 구분한다. 존경할 만한 사람과 무시해도 좋은 사람으로.

우리가 원하는 건 공감

간섭은 숨 막히고 무관심은 외로워

앞머리 가발을 엄마 몰래 샀다. 머리를 꼭 자르고 싶었는데 엄마가 "학원 숙제를 할 시간도 없는데 웬 미장원이냐"며 못 가게 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린다고. 열 받아서 가위 가져다가 내가 잘랐는데, 이런. 간밤엔 잘 몰랐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머리가 이게 뭐냐. 이 꼴로는 도저히 학교에 갈 수 없었다. 엄마는 뭐가 문제냐고, 어제 그 머리나 이 머리나 다 똑같단다. 엄마 눈에는 다 똑같아 보일지 모르지만 내 눈엔 얼마나 크게 보이는지. 외모가 '찌질해' 보이면 학교에서 바로 '찌질이' 취급을 당한다. 엄마는 "지금 네 꼴이 더 '찌질해'"라지만 그건 엄마가 몰라서 하는 말이다. 왜 기를 쓰고 교복을 줄여 입겠나. 다 이유가 있는 거다. 엄마더러 학교 한번 다녀보라고 말하고 싶다. 말귀를 못 알아들으니 답답하다.

 난 학교에 갈 수 없다고 버텼다. 엄마는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넌 도대체 생각이 있니, 없니. 그깟 일로 학교를 안 간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내가 왜 생각이 없나. 나, 엄청 생각 많다. 그래서 학교도 못 간다고 버텼던 거다. 이런 이유로 학교 안 가는 거, 잘못하는 거라는 것도 뻔히 안다. 이런 내가 얼마나 한심한지도 안다. 그런데! 바로 이럴 때 엄마가 그냥 다독여주면서 통 크게 "그래, 그럼 오늘 하루 쉬어" 이렇게 얘기 못 해주나. 만약 그렇게 해주면 나 진짜 감동받고 평생 고마워할 텐데. 그럼 내가 스스로 창피해서라도 학교 가지 말라고 누가 말려도 그 다음날엔 학교에 갈 텐데. 관심이랍시고 하나하나 간섭하지 말고 때로는 내 판단을 믿어주고 한 발짝만 떨어져서 지켜봐 주면 안 되나. 학원 가기 싫다고 하면 "힘들면 쉬라"고 한 번쯤 넘어가주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인가. 가만 놔둬도 나 사고 안 친다. 옳고 그른 거, 나도 다 안다. 그런데 간섭하지 말라고 부탁하면 "엄마는 다시는 너 신경 안 쓸 테니 혼자 알아서 잘 살라"고 소리친다. 혼자 살겠다는 게 아니다. 믿고 바라봐 달라는 얘기다. 알아서 하는데 자꾸 옆에서 엉뚱한 소리를 하면 짜증나는 거, 그걸 왜 그렇게 모르는지.

 시험 때도 그렇다. 시험 망쳤을 때 제일 실망스러운 사람은 나다. 나도 공부 잘하고 싶다고. 그런데 엄마가 옆에서 뭐라고 하면 너무 짜증이 난다. 그냥 토닥거리면서 옆에 있어주면 될 것을.

 난 어른들이 간섭과 무관심의 어디 중간쯤에 머물러줬으면 좋겠다. 어른들은 뭐가 그렇게 궁금한지 모르겠다. 비밀? 진짜 아무 것도 아니라 말을 안 하는 거다. 그런데 그걸 굳이 다 알아야 하나. 어떻게든 알아내서 별 일도 아닌 걸 큰 일로 만든다. 한번은 엄마한테 너무 화가 나서 비밀 노트에 엄마 욕을 좀 썼다. 그건 그 순간의 기분이다. 엄마를 평생 용서 못할 것 같았지만 쓰고 돌아서니 곧바로 내가 왜 그랬나 후회했다. 그런데 엄마가 이걸 봐버렸다. 내 노트에다 "네가 이렇게 생각하는 줄 몰랐구나"라고 써놓고는 그날 집을 나가서 하루 종일 전화를 안 받더라.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이런 거다. 별 거 아니어도 엄마가 알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그러니 내 기분을, 고민을 엄마랑 나눌 수 없다. 나를 이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고, 외롭다는 생각이 들면서 점점 더 친구한테 의존하게 된다. 친구는 유일한 탈출구다.

 어른들이 좀 먼저 다가와줬으면 좋겠다. 난 잘못한 거 알면서도 이상하게 오기가 생기고 지기 싫어서 무슨 일이든 쉽게 사과를 못 하겠더라. 이때 엄마가 먼저 "속상했지, 미안해" 하면 내가 더 미안하고 슬퍼진다. 내 기 꺾겠다고 거칠게 대하지 말고. 좀 감싸줬으면 좋겠다.

 내가 괴물인가. 요즘 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생각이다. 인터넷에서 중2라는 제목이 나오는 기사는 다 찾아서 읽어본다. 이걸 보면 중2는 딱 괴물이다. 사실 중2병이라는 게 누구나 겪는 통과의례 아닌가. 사춘기라고 부르면 될걸 굳이 병이라고 낙인찍고 왜 문제를 삼는지. 어른들한테 묻고 싶다. 당신들 중2를 좀 돌아보라고.

 그리고 이번 기회에 어른들이 똑바로 좀 알았으면 좋겠다. 우리의 가장 큰 고민은 절대 학업이 아니다. 남들 눈엔 작을지 모르지만 나에겐 엄청난 고민을 누구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한 답을 얻고 싶다. 그런데 다들 왜 학업과 진로 고민만 말하라고 하나.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은 우리에겐 결코 정답이 아니다.